인문학

황금가지

설렘들 2023. 6. 4. 18:16

제임스 프레이저네미의 숲에서의 주술 의식을 탐구한다. 네미의 숲은 숲의 여신인 디아나의 성소였다. 여신을 섬기는 네미의 사제는 사제직을 노리고 도전하는 사제 후보자와 싸운다. 사제 후보자는 나무의 가지를 꺾고 사제에게 도전하며, 사제를 죽여 사제직을 계승한다.

제임스 프레이저는 두 가지 의문을 제시한다. 네미에서 디아나의 사제인 숲의 왕이 되기 위해서는 왜 이전의 사제를 죽여야만 하는가. 그리고 사제를 죽이기 전에 고대사람들이 베르길리우스의 황금가지라고 생각한 나뭇가지를 꺾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제임스 프레이저는 우선 기본이 되는 주술의 원리를 설명한다.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를 분석하면 다음 두 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는 것이다. 결과는 그 원인을 닮는다는 것인데, 이것을 유사의 법칙(Law of similarity)라고 한다. 또다른 하나는 이전에 서로 접촉이 있었던 것은 물리적인 접촉이 사라진 후 멀리서도 계속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접촉의 법칙(Law of contact)이라고 한다. 유사법칙에 기초한 주술은 유감주술(類感呪術,Hemoeopathic magic) 혹은 모방주술(模倣呪術, Imitative magic)이라고 부르고 접촉의 법칙에 기초한 주술은 감염주술(感染呪術, Contagion magic)이라고 부른다.

디아나는 숲의 여신으로서, 풍요와 다산의 여신으로서 숭배받았다. 과거 유럽은 광활한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었고,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중 참나무가 가장 많았다. 참나무는 주거지, 마을, 도로, 배 등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다. 참나무의 열매는 식용으로 그리고 돼지의 사료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생활에 필수적인 참나무의 풍요는 생활의 윤택함을 의미했다. 사람들은 유감주술의 원리에 따라 식물의 암수의 성적인 결합을 통해서 종자를 번식하듯, 식물의 정령으로 분장한 남자와 여자가 실제로 결혼을 하거나 결혼의 흉내를 내어 식물의 번식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네미의 사제는 디아나를 섬김과 동시에, ‘숲의 왕으로서 숲의 여왕인 디아나를 왕비로 삼았다.

네미의 사제는 숲의 왕으로서 풍요를 책임진다. 그러나 약한 왕과 늙은 왕은 자연의 운행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가 없게된다. 감염의 원리에 따라 왕의 쇠약이 자연의 풍요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결국 왕은 후계자에게 왕좌를 물려주어야 한다. 그 계승자는 왕을 죽임으로써 자기가 왕의 임무를 수행할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미의 사제는 수목의 정령 또는 식목의 정령의 화신이므로, 그가 쇠약해지기 전에 강한 사람에게 살해되어야 수목의 정령이 숲의 왕의 육체에서 나와 강인한 사람의 육체로 온전하게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사제는 도전하기 전에 숲의 황금가지를 꺾어야 했다. 이때의 황금가지는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말하는 것이다. 겨우살이가 황금가지로 불린 이유는 그 색 때문일 것이다. 잘라낸 겨우살이의 가지를 몇 개월 동안 그대로 두면 금색을 띤 노란색이 되기 때문이다. 후보사제가 겨우살이를 꺾어야 하는 이유는 참나무의 생명이 겨우살이에 깃들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참나무의 잎이 완전히 떨어진 겨울에도 거기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푸르름을 간직한 채로 있었기 때문이다. 숲의 왕은 참나무의 정령이었고, 그의 생명은 겨우살이에 깃들어 있는 셈이었다. 그 겨우살이가 해를 입지 않은 한 숲의 왕은 죽지 않기 때문에 사제후보는 겨우살이를 꺾고 사제에게 도전하여야했다.

 

 

 

-참고자료-

『그림으로 보는 황금가지』 . 제임스 프레이저. 1911 <까치,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