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태초의 신들

설렘들 2023. 6. 15. 15:29

 어둠이 없는 세상이라면 빛 역시 없을 것이다. 빛과 어둠은 대립적인 개념이다. 둘은 서로의 개념을 자신의 정의를 위해 필요로 한다. 두 개념이 동전의 앞뒤 면처럼 존재하듯이 선신과 악신의 개념 역시 하나가 없이는 다른 하나도 없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 중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의 면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 초기에는 아랫면인 악신이 숭배를 받았다. 인류의 종교는 공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악신의 존재는 필연적이었다.

 이후 악신을 몰아내기 위한 선신이 등장하였다. 악신과 선신이라는 이원적인 대립구조에서 승리한 것은 선신이었다. 악신은 패배하고 죽거나, 신성을 읽거나, 악마로 전락하여 선신에게 종속되었다. 

  동전이 맹렬히 돌아가는 것처럼 선신의 강조될 때에는 악마의 존재 역시 강조되었다. 그러나 결국 동전은 앞면으로 엎어졌고, 선신의 승리로 끝맺음을 맺었다.


  이러한 악신의 대표적인 예시는 이집트 신화의 ‘세트’,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티아마트’일 것이다. 세트는 

오시리스와 세트가 인격화되면서 오시리스 전설의 우의적 의미가 말살되고 오시리스는 도덕적 선의 대쵸로서 악과 싸움에서 패해 죽게 되지만 아들 호루스를 통해 부활한다. 반면에 세트는 점점 본래의 신성을 빼앗기고 사악한 악마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남겨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집트 왕조 시대에 속하는 카르나크 왕을 묘사한 벽화에는 세트가 국왕 토트메스 3세에게 궁술을 가르쳤다고 표현되어 있다. 힉소스 왕권인 제19 왕조의 두 번째 왕인 세티 1세는 세트로부터 이름을 받았다. 이 사실은 세티 1세가 제19 왕조의 왕들 가운데 가장 높은 명예를 부여받았다는 증거다. 여기서 당대에 세트, 즉 수테크를 신성한 명예와 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유일한 참된 신이며 유일신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각주:1] 그러나 기자의 제3 피라미드의 건설자인 멘카우라의 치세 때에 세트의 신격은 격하된다. 제22 왕조의 이집트인들은 그 이전의 비문에서 세트의 이름을 말살했고, 세트의 복합어였던 고대 국왕의 이름 '세트네트'를 변경하고자 했다. [각주:2] 


메소포타미아 창조신 

티아마트는 하늘과 땅을 낳은 원시 상태의 축축한 혼돈이었다. 바빌로니아의 철학자들은 그 속에서 세계의 어머니와 만물의 근원을 보았지만 신화에서는 티아마트를 혼란의 대표와 바다의 괴물을 낳은 어머니로 나타낸다. 


참고문헌 

Paul Carus. 『만들어진 악마』.이경덕(역). 소이연. 2011.

 

  1. 『만들어진 악마』. p.23. [본문으로]
  2. 『만들어진 악마』. p.32. [본문으로]